황도 12궁과 동아시아에서의 염소자리
염소자리(라틴어: Capricornus 카프리코르누스)는 황도 12궁 중에서 제10궁에 해당되며 12월 22일 ~ 1월 19일에 해당됩니다. 수호성은 토성이며 물병자리와 같은 수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염소자리는 현대 88개 별자리 중 하나이며, 톨레미의 48개 별자리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근래에 정해진 염소자리의 경계는 물병자리, 남쪽 물고기자리, 현미경 자리, 궁수자리, 독수리자리에 둘러싸여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공휴일 중 염소자리에 해당하는 날은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이 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할 때 태양은 염소자리에 머무른다고 한다고 합니다. 동아시아의 별자리 이십팔 수(二十八宿)에서는 북방 현무의 우수(견우)와, 실수에 속한 '누벽진'의 일부에 해당됩니다. 참고로 북방 현무는 북방의 7개 별자리 군을 대표하며 두수(거북과 뱀이 꼬여 있는 모양), 우수(뱀), 여수(거북), 허수(거북), 위수(뱀), 실수 (반룡), 벽수 (규룡)의 별자리들은 현무와 갑충의 모양을 이룬다고 합니다.
염소자리는 가장 어두운 별자리
염소자리에는 아주 밝은 별은 없으며 게자리를 제외하면 황도12궁 중에서 가장 어두운 별자리입니다. 염소자리는 어두운 별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알려진 별자리 중 아주 오래된 별자리에 속하며 가장 오래된 것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염소나 바다 염소(goat-fish)는 3천 년 전의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는 당시 북반구의 동지점이 염소자리에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태양이 다시 살아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천문학, 점성술로 이어져 이 영역에 대한 천문학적인 관측이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태양이 가장 남쪽에 다다르는 동지점은 현재에도 '염소자리의 동지선(Tropic of Capricon)'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본 염소자리와 신화에 나온 염소자리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이 별자리 영역을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Augean Stable)'로 불렸는데 태양이 연중 이 곳에서 마구간에 넣어졌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우게이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엘리스의 왕으로 이름은 "광명(bright)"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에피카스테의 남편이라고도 합니다. 많은 가축들이 있는 외양간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헤라클레스가 청소해줄 때까지 전혀 깨끗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날 신들이 나일강 근처에서 연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연회를 좋아하던 자연과 목축의 판도 이 연회에 참가해서 갈대 피리를 불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면서 흥을 돋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괴물 티폰이 나타나 연회장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었습니다 . 갑작스럽게 티폰이 등장하자 놀란 신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고, 신들은 제각각 여러 모습으로 변신해서 급히 도망쳤습니다. 판도 예외가 아니라서 강에 뛰어들면서 변신을 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강에 뛰어들면서 너무 급하게 변신하는 바람에 그만 주문이 꼬여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상반신은 염소인데 하반신이 물고기라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어 버렸고, 그 모습으로 강을 헤엄치는 모습이 하도 우스워서 제우스가 판의 그 모습을 기념한다고 하늘에 남겨버렸다고 합니다. 물론 전승에는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판이 잘못 변신하는 바람에 놀라 다시 변신하려고 할때 제우스가 티폰에게 붙잡힌 것을 보게 됩니다. 판은 그 와중에도 갈대 피리를 세게 불어서 그 소리로 티폰을 놀라 도망가게 해 제우스를 구해줬고, 그 일이 고마워서 제우스가 그를 기리고자 그 모습을 하늘에 남겼다는 신화도 있습니다.
또 다른 신화에서 살펴보면 슬픈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제우스의 아기 시절 크로노스에게서 마지막 남은 아들을 살리기 원했던 자신의 어머니 레아가 할머니인 가이아의 도움을 받아 몰래 빼돌려져서 크레타 섬의 요정들의 손에 자라게 되었는데 이들 중 그곳의 요정들의 우두머리 존재였던 염소 모습의 요정 아말테이아가 제우스를 자신의 양아들로 삼아 자신의 젖으로 제우스를 키웠다고 합니다. 이후 성장하여 성인이 된 제우스는 티타노마키아(인간이 존재하기 훨씬 전에 있었던 두 신족 즉 티탄족과 올림포스 신족과의 10년에 걸친 전쟁)를 준비하던 중 크레타에서 온 요정에게 염소 가죽을 받게 되었는데 그 가죽은 바로 아말테이아의 가죽이었다고 합니다. 아말테이아는 죽으면서 유언으로 자신의 가죽을 제우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고 제우스는 자신을 돌봐준 양어머니인 아말테이아의 죽음에 슬퍼하며 자신을 돌봐준 그녀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그녀를 별자리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으며 그 가죽은 아이기스(영어식 발음은 이지스이며 제우스의 방패)를 만드는 데에 썼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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